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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기 2편 <re:>

라이프/기록

by 방구석 금융경제연구원 2024. 6. 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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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9 - [라이프/기록] - 우울증 극복기 1편 <사람은 혼자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심리검사, 직업검사 기타 등등의 상담 등을 하면 나의 독립성 지수는 유난히 많이 높았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곤 했다. 내가 20대 초반엔 '대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됐지만, 취업을 못한 사람'에게 주는 '국민취업지원금'이란게 있었다. 그리고 그 지원금을 받기 위해선 몇 가지가 충족되어야 했는데, 첫번째 오프라인 만남에서 직업적성검사를 했다. 그리고 그 직업적성결과 나의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엄청나게 높은 사실을 깨달았다. 직업적성검사인데, 선생님이 당시 우려하는 목소리로 "가족들하고는 사이가 괜찮아요?"라고 물었다. 뭐 괜찮았다. 나쁠 것 없었다. 모든 가정이 그렇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앞으로 만들 가정과 비슷해지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 검사 결과가 내가 정신과를 다니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랐다. '문제가 거기 있었구나.' 

문제의 원인을 깨닫고 나서는 사실 포기했다. 내가 느끼는 우울감을 마치 유전병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 잠이 없었던 이유를, 그리고 집을 나가서 기숙사에 살 때 내가 그렇게 잠이 많았던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부모님에게 효도해야된다는 의무감을 가진채, 마음 한켠엔 작은 어둠을 가진채 그냥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속 어둠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환경에 따라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한다. 작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가리기 위해 난 참 꽤나 많은 노력을 했던것 같다. 공부도 열심히하고, 운동도 열심히하고, 아니 운동은 미친듯이 했다. 두 가지 종목에서 꽤나 높은 실력으로 강사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돈도 열심히 벌었다. 그 결과, 꽤나 마음속 어둠이 많이 작아진 것 같았다. (여전히 약을 복용하곤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난 반년간 모든게 멈춰버렸다. 오히려 악화됐다.  내가 꿈꾸던 가정을 못이룰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즐거워하는 취미를 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괜찮은 집에서 괜찮은 밥을 먹고, 오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도 가고 아이도 낳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그림은 어릴적 참으로 쉽게 그려졌었다. 간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내가 상상되는 내 미래는 다음과 같다.

'집은 좁고, 방은 너저분하고, 정리정돈 안 된 방에서 남편과 매일 싸운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한 남편을 나무란다. 나 스스로도 듣기 싫을걸 알면서도 내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다음날 출근을 한다. 아이는 부무와 친해지긴 커녕, 친구들하고도 잘 못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도 한없이 부족한것 같다. 더 잘해주고 싶은데, 이게 최선이다. 내 아이는 욕심이 많다. 날 닮아 똑똑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그 성실함과 똑똑함에 비해 운과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인 나는 그게 너무 죄스럽다. 미안하고, 괴롭다. 남편은 이 상황을 보면서도 아내인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면서, 이성적인 군자마냥 나를 오히려 타박하고 가르치려 든다. 그리고 난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

요즘 그려지는 내 미래다. 마치 내 어린시절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될 것만 같다.

>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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