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우울증 극복기 1편 <사람은 혼자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라이프/기록

by 방구석 금융경제연구원 2024. 6. 19. 21:53

본문

728x90

사람은 혼자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 -안나-

내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내가 살아가는 실제 모습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 나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컸고, 나는 나를 과대평가했다. 그리고 그 평가와 내 스스로에 대한 기대에 미치고 싶어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시원찮았고, 결국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우울증으로 다가왔다. 


행정고시를 준비할때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불면증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너무 많았고, 걱정이 너무 많았다. 부모님의 재촉이, 그리고 부모님의 전화가 사채업자마냥 느껴졌을때, 더이상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전 6시에 시작하는 수업에도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드는 하루하루가 참 고통스러웠다. 커피도 마실 수 없었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고, 그 속도는 나를 더 보채는 듯 했다. 신림동 고시촌 특유의 우울감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 "'필자'씨는 그거 알아요? 매번 힘들다고 울어요. 그럼 뭐가 달라져요?"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정신병원 선생님은 아마 나같은 사람을 많이 만났을거다. 1년차 2년차 아니 10년차 고시생이 넘쳐나는 이 곳에서 얼마나 많은 우울증 환자, 우울감에 빠진 학생들을 많이 만났을까. 그리고 가장 집값이 싼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어두울까. 그리고 그 어두운 감정에 의사 선생님은 공감하기보다는 제3자의 입장에서 말씀해주시곤 했다.  그 말은 나를 아프게하기도 위로해주기도 했다. 단순하게 "힘들겠군요." "많이 힘들죠?"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게 아니었다.


내 첫 상담 주제는 <불면증> 단순 불면증이었다. "제가 잠을 잘 못잡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커피도 안마시는데도 이상하게 잠이 안와요. 낮잠도 못자요.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어요." 난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내가 우울한 지도 몰랐던거 같다. 그냥 잠을 못자는 내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저 이걸 빨리 해결하고 공부에 매진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상담이 2회차 3회차, 그리고 선생님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할수록 내가 중증 우울증이란걸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유전적인 것, 벗어날 수 없는 것, 영원히 내 맘속에 있을 것이란 것을 깨닫는데는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편에서 계속 >>

2024.06.19 - [라이프/기록] - 우울증 극복기 2편

'라이프 >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증 극복기 2편 <re:>  (0) 2024.06.19

관련글 더보기